2011년 2월5일
추억속으로 사라진 사과나무들.....
귀농 14년차 뒤돌아 보니 가슴 시린 아픔도 많았고
함박웃음으로 행복했던 날도 많았다
꽃피고 열매 맺어 하루하루 영글어 가는 사과들을 보면서
뿌듯하고 감사한 일도 많았다
너무나 낮선 이곳 산골로온지 14년 어느누구 하나 아는사람 없고
외롭고 힘들때 힘이 되어준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사과농사를 하면서 도시에 계신 많은 가을농원 가족들과의 만남또한
기쁨이고 행복이었다
사계절 철철이 아름다운 모습과 향기로
선녀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었던 산과 들의 꽃과 나무들...
아이들 때문에 눈물 흘리며 기도했던 지난날들....
나뭇꾼과 다툼이 있는 날이면
과수원의 사과나무과 서로 위로하고 위로 받으며
아픈 상처를 달래던 선녀의 친구들
그렇게 선녀의 분신과도 같은 사과나무들이 추억속으로 사라진 날이었다
우리가 심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하진 않지만 약 26-7년 의 나이를 먹은 사과나무다
30대중반에 귀농해서 나뭇꾼이 50 이 넘었고 선녀도 50을 바라보고 있다보니
나무가 크서 일하기도 힘이들고 체력도 예전같지가 않아서
아픔을 뒤로 한채 사과나무를 베기로 했다
설 연휴가 채 끝나기도 전에 아랫말 경화네 아저씨와 나뭇꾼이 나무를 베기 시작했다
나무 하나 하나 사연도 많고 이야기 거리도 많은 우리 아들 딸 같은 나무들...
잘려 나가는 나무들을 보고 있으려니 한편으로는 시원 하면서도 가슴이 애려 왔다
이런걸 두고 시원섭섭하다고 하나...
처음 귀농해서 비만 오면 쓰러지는 나무들을 세우면서 나뭇꾼과 참 많이도 싸웠었다
선녀는 죽을 힘을 다해 일으켜 세우는데 나뭇꾼은 힘을 쓰지 않는다며
선녀를 뭐라 하면 서럽고 속상해서 하루는 싸우다가
차라리 나를 사과나무밑에 묻어라며 싸우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그때는 참 심각했었다
나뭇꾼이나 나나 사과농사 경험도 없는 일을 시작했으니
둘이다 힘들고 지쳐있으니 작은일에도 서로 기싸움을 한것이 당연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함께한 나무들이 웽웽데는 기계톱의 무참한 폭력에
하나둘 쓰러져 간다
선녀의 아름다운 슬픔과 아픔 기쁨과 행복 모든것이 나무와 함께 아스라이 멀어져 간다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었나보다
그도 그럴것이 두 아들 보다 사과나무와 함께한 시간이 더 많았으니 그럴만도 하다
이제는 모두 다 끝났다
아니 이제부터 시작이다
비탈진 과수원을 조금 손질해서 또다시 묘목을 심을 생각이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선녀와 나뭇꾼은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이렇게 눈밭에서도 아무 불평없이 잘 견디어내며
주워진 임무를 착실히 아던 우리 아들 딸들인 사과나무다
하나둘 잘려나가는 지체들....
사과나무는 아픔을 격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행여나 선녀와 나뭇꾼을 원망하지는 않았을까?????
위의 그루터기와 줄이 그때 나뭇꾼과 싸우면서 나무를 세웠던 장소다
계속 14년을 나무에 걸어두었었는데 이제는 잘려져나가고 줄도 땅에 떨어졌다
이사과나무 밑에 다 선녀를 차라리 묻어라고 했던 그자리.......
사과나무들이 하나둘 쓰러져 꽁꽁언 과수원에 나뒹군다
양쪽으로 뻗은 가지들을 자르고
위로 뻗은 가지도 자르고
둥치를 토막토막 자른다
나뭇꾼도 맴이 아프겠지요
마지막 믿둥을 자르는 나뭇꾼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요?
사과나무들로 수북했던 과수원이 순식간에 잘려나가
가지와 둥치들만 나동그라져 있습니다
저 가지들을 줍는 일은 또 선녀이 몪입니다
14년의 사과나무와 함께한 추억들이 눈이 녹으면 함께 녹아 사라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