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호박....
지난 가을 수확한 늙은 호박을 보면서
오늘은 잡아야지 하면서 늘 차일 피일 미루다가
큰맘 먹고 호박을 잡았다
호박을 자르는 순간 샛노란 색과 달콤한 호박향이 코끝을 스치면
어느새 행복이 스물스물 피어오른다
호박을 반으로 가르고 손을 넣어 호박씨를 살살 추려낸다음
수저를 이용해 속을 깨끗하게 정리한다
이때까지는 행복의 물결이 파도를 치지만
잠시 호박을 뒤집어 놓고 껍질을 벗기는 순간
행복이 점점 멀어져감을 실감한다
호박 껍질이 단단해서 벗기기가 여간 힘이 드는것이 아니다
물론 호박죽이나 호박을 잘께 자르면 쉽지만
가을농원 선녀는 호박을 통째로 사용한다
껍질을 벗겨서 호박 오가리를 만들것이다
호박오가리는 말려두면 요긴하게 사용한다
들깨 숭숭갈아서 깨죽에 넣으면 그 달콤함이 참 맛난다
그리고 시루떡 을 할때도 호박오가리를 넣으면
떡 또한 감칠맛이 더해진다
해서 호박을 통째로 껍질을 벗기려니 아주조금씩 칼로 벗겨내야한다
인내력이 필료한 작업이다
할때는 힘이들지만 그래도 다 하고 나면 뿌듯함이 더 크다
요즘 햇살 좋을때 살짝 얼면서 말리면 당도가 훨씬 더 좋아진다
오늘도 호박오가리와 함께 행복한 날이다
껍질 벗긴 호박을 통째로 한 이틀 말려서 꾸덕꾸덕 해지면
길게 돌려깍기를 한다
지난가을에 수확한 가을농원 선녀의 호박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샛노란 호박 곱기도 하다....
돌려깍기한 호박을 나릇나릇 걸어서
햇살에 말리면 꼬들꼬들한 호박오가리 가 된다
하얀눈이 내려 바깥 출잎이 어려우면 장작불로 군불 지펴놓고
달콤한 호박죽 끓여서 동치미와 한그릇 먹으면
세상 부러울것이 없으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