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의 호사를 앗아간 이름모를 남자.....
작년 겨울에는 눈도 자주 오더니만
올 봄에는 비도 참 자주 내린다
오늘도 비가 내린다
하늘에서는 무슨 난리가 났는지 천둥소리가 요란하다
비오는 날이면 그래도 마음이 조금은 한가하다
일은 못해 마음 한켠에는 걱정도 되지만
어쨋꺼나 저쨋꺼나 비내리는 아침은 여유롭다
농사꾼이 누리는 여유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비도 너무 많이 내리면 걱정이다
또 괭이들고 삽들고 밭으로 논으로 모두들 물고를 보러 나가야하기 때문이다
가끔 비오는날 논에 물고보러 나갔다가 급류에 휘말려 돌라가셨다는 이야기가 그 현실이다
오늘도 촉촉히 내리는 아침인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 진다
천둥이 요란스럽더니 곧 한줄기 세찬 빗줄기를 내리친다는 예보인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 잠은 깨었지만
이불속에서 뒹굴 뒹굴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얼마전 기억이 떠올라 얼른 일어났나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아침이었다
8시가 다되었는데 일어나기 싫어서
나뭇꾼도 선녀도 방바닥에 누워 엑스레이만 찍고 있었다
농사꾼이 이럴때 호사를 누리지 않으면 언제 또 이런 호사를 누릴까 싶어서다
그런데 가을농원 지킴이인 우리집 개들이 낮선 사람이 방문했다는 신호를 보낸다
난 부시시 대충 옷을 걸치고 현관물을 열고 나갔다
마당에는 평소에 보기 드문아주 큰 검정 승용차가 있었고
윤이나는 머릿기름을 바르고 2대8가리마를 한 중년의 신사한분이 마당에 서있었다
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했더니 그 신사분은 이장님을 찾으셧다
순가 선녀는 이장님을 찾는 것을 보니 공무원인가
공적인 일로 오셨으니까 이장님을 찾겠지하고 생각하며
좀 들어 오셔요 하며 인사를 건넸다
그랬더니 그분은 괜찮다고 하신다
그래도 검정승용차에 잘 차려입은 양복에 2:8 가리마에 ......
보통분은 아닌가뵈 하며 들어오셔서 차라도 한잔 하세요 하고
또 말을 건넸다 했더니 그분은 기여코 사양을 했다
해서 난 안방으로 들어가 나뭇꾼을 깨웠다
이장님을 찾아요 얼른 나가봐요
나뭇꾼도 얼떨결에 주섬주섬옷을 입고 마당으로 나갔다
나뭇꾼이 나가니까 갑자기 승용차 트렁크를 열면서 무언가를 끄집어 내었다
나뭇꾼이 건네 받은것은 낫과 예초기 칼날이었다
말인즉선 장애인 협회에서 왔다면서 낫과 예초기칼날을 마을분들에게 팔아달라는 것이었다
나뭇꾼은 마을에 사실분들도 없고 그냥 제가 쓸것만 주세요
해서 낫 4자루와 칼날 4개를 아침부터 거금(?) 40,000원을 주고 구입을 했다
그분이 가고난뒤 참 기분이 묘했다
정말 장애인 협회에서 왔을까 ?
그럼 점심때나 오던가 아님 저녁때 오던가
이런새벽 모처럼 누리는 선녀의 호사를 방해하면서까지
그 차림새와 검정승용차에 어울리지 않게 낫과 칼날을 팔로 다닌다니....
사회복지기금을 횡령했다는 뉴스를 본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혹시 이분도 장애인협회를 사칭해서 개인장사를 하고 다닌것은 아닐까
그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좀 그시기 했다
아무턴 진심으로 그분이 장애인들을 위해서 그일을 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볼 뿐이다
요것이 그때 구입한 예초기 칼날과 낫이다
수익금으로 장애인들의 복지를 위해 잘 쓰여 졌겠지 라고 생각을 해 본다